[번역]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 GM 오샤와 공장 개조 투쟁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 GM 오샤와 공장 개조 투쟁

 

2020년 2월 3일/ 샘 긴딘

 

*토론토에 기반을 둔 캐나다 사회주의 조직 ‘사회주의 프로젝트(Socialist Project)’에서 발행한 글이다. 오샤와 GM 공장 폐쇄를 앞두고 기존 설비를 바탕으로새로운 공장으로 탈바꿈 하는 ‘오샤와 녹색 일자리’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번역: 책방 들락날락 번역팀)

 

*원문: https://socialistproject.ca/2020/02/realizing-just-transitions-struggle-for-plant-con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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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6일, 제너럴 모터스는 북미 여러 곳의 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공장은 온타리오주의 오샤와 공장이었다. 한때 북미에서 가장 큰 자동차 단지였던 오샤와 공장시설은 2019년 말까지 모든 조립 공정을 중단하기로 되었다.

 

금융위기 당시 일자리 지키기를 핑계로 GM에 수십억 달러의 공적자금 투여를 정당화했던 중앙정부는 미지근하게 ‘실망감’을 표현하는 데 그쳤다. ‘온타리오는 기업에 열려 있다’는 구호로 온 지역을 도배하고 있던 지방정부는 그 문구가 쓰인 광고판들이 세워지고 있는 동안 GM이 지역에서 가장 큰 작업장 가운데 하나를 폐쇄한다고 발표하자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눈을 감고 그저 이슈가 가라앉기만 바라는 건 마찬가지였다.

 

자동차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Unifor도 불만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신입(당연히 젊은) 노동자들이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더 낮은 임금과 연금을 받는 것에 노동조합이 합의한 지 2년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조 연대의 배신은 기존 조합원들에게 고용 유지를 보장했기 때문에 승리로 인식되었다. 공장이 폐쇄되면서 일자리 ‘보장’이 속임수였다는 것이 폭로되었기 때문에, 자동차노조 위원장은 뻔한 엄포를 놓으며, 회사를 압박하여 결정을 철회하기 위한 여론 캠페인을 시작했다.

 

결국, 노조는 회사로부터 다시 일자리 약속을 받아내고자 했지만, 이번에는 겨우 300개에 불과했고, 그것도 2020년 말이나 돼야 하는 것이었다. 그 이전 GM 경영진은 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공장 노동자가 3000명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과중한 ‘낮은 가동률’이 문을 닫게 된 요인이라고 콕 집어 강조했었다. 그렇다면 공장시설의 95%를 활용하지 못하게 될 300개의 미래 일자리가 유지될 가능성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대안을 찾아서

 

오샤와 공장의 노동자들과 퇴직자들로 이루어진 한 작은 현장조직은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논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GM에게 냉혹한 계산을 재고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짓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럼 노동자 평의회(Durham Labour Council)’와 ‘토론토에 근거를 둔 사회주의 기획(Toronto-based Socialist Project)’의 지지자들을 비롯한 지역 연대조직들과 함께 ‘오샤와 녹색 일자리(Green Jobs Oshawa)’를 설립했다. ‘오샤와 녹색 일자리’의 임무는 오샤와 공장이 가질 수 있는 대안적 가능성을 모색하고 조직하는 것이었다.

 

이 야심 찬 계획에는 네 가지 기본 관점이 깔려 있다. 첫 번째, GM은 해답이 아니라 문제다. 두 번째, 중국․멕시코․미국 남부의 공장들과 시장에서 경쟁하길 기대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는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과거의 압박, 과거의 고용불안,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뿐이다. 세 번째, 대안은 반드시 사회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어야 한다. 네 번째, 문제는 단지 일자리가 아니라 캐나다의 제조업 역량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오샤와 녹색 일자리’는 중앙정부, 또는 중앙정부로부터 상당한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받는 지방정부가 GM이 놀리고 있는 토지와 설비를 매입하길 촉구했다. 그렇게 되면 오샤와 공장은 공용 전기차 조립 공장으로 개조될 수 있을 것이다. 생산된 차량의 판매는 시장경쟁이 아니라 정부가 투자한 생산품을 정부가 직접 구매하는 데 기초하는 사회적 계획에 의존할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공용 차량은 (예전에 캐나다 우편 노조가 추천한) 전기 우편차, 새롭게 설계된 스쿨버스, 앰뷸런스, 경찰차를 포함할 것이다. 이를 기본으로 공장은 개인 소비자를 위한 전기차도 생산하고 공간이 얼마나 남느냐에 따라 다른 친환경 제품 생산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배울 점은 일자리와 환경, 전환과 구조조정을 위한 산업 생산역량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오샤와에서 이기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하나의 본보기이다.

 

 

좌절과 인내

 

‘오샤와 녹색 일자리’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노동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했으며, 오샤와와 토론토에서 공청회와 강연회를 주최하고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평판이 높은 전문적인 타당성 조사를 의뢰하여 계획을 승인받고, 언론의 호의적인 주목을 받으며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필요한 수준의 지지를 얻지 내지 못했다. 노동자들로부터도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오샤와의 노동자들은 좌절하고 분노했지만, 분노가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지는 건 아니다. 오샤와 공단이 계속해서 조금씩 쇠퇴하는 것을 경험했으며, 최근 들어 협상에서 사기가 꺾이는 패배들을 거듭하고, 이제 도시의 자동차 조립 공장의 최후를 목격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생존에 급급한 상태가 되었다. 이런 심적 상태에서 대다수 노동자들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 같다. 마음에 희망이 스며들어오는 것을 일부러 막는 노동자들도 드물지 않았다. 또다시 희망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위험보다 희망을 품지 않는 편이 나았기 때문이다.

 

‘오샤와 녹색 일자리’가 만난 노동자들은 대개 공장 개조 계획을 합리적으로 여겼지만, 경제적·정치적 결정이 ‘합리적’으로만 내려지진 않는다는 회의감이 결국 승리했다. 여기에는 노조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불만이 많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노조가 가진 체계와 자원이 지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제시된 대안이 가진 급진성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과 지역의 노조 지도부는 그 대안에 관심이 없었고 적대적이기까지 했다. 노동자들이 이런 대담한 대안을 위한 투쟁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건 놀랄 일이 아니었다.

 

여기에 환경운동이 가진 한계들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환경주의자들은 다가오는 환경 재앙에 대한 대중들의 경각심을 매우 인상적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노동자 대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서로 연관된 두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로 ‘정의로운 전환’의 약속은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지만 노동자에게 설득력이 없다. 노동자들은 경쟁과 이윤 추구로 움직이는 사회에서 그러한 약속이 어떻게 지켜질 수 있겠냐고 정곡을 찌른다. 둘째로 환경운동이 대체로 노동자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인식’을 진전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오샤와 녹색 일자리는 계속 된다

 

오샤와 공장을 계속 돌아가게 할 수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오샤와 녹색 일자리’는 실패했다. 지금 오샤와는 더이상 차를 만들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매우 중요하지만 대체로 무시되어온 -우리가 환경을 재구축하는 데 필요할 생산능력이 지속적으로 상실되고 있다는- 문제 를 제기했다는 면에서 그 활동을 평가한다면, 결론은 보다 고무적이다.

 

오샤와 공장이 지금은 조용하지만, 소음과 생산의 소란이 가득한 공장을 되살리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 시설에는 아직 놀고 있는 조립 라인과 차체 공장, 도장 공장, 28만 여 평의 공간이 있다. 오샤와와 인근에는 너무나 쉽게 무시되고 있지만 자기가 가진 기술을 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한 노동자들이 부족하지 않다. 유연화된 생산설비를 갖춘 하청업체들과 사회적으로 유용한 제품 개발에 지식을 활용하고 싶어 하는 젊은 대졸 기술자들이 충분히 있다. ‘오샤와 녹색 일자리’는 계속해서 자료를 발송하고 행사장에서 발언하며, 연계를 만들고 대안에 대한 절박한 논의를 확산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가능한 한 노조 지도부의 지원을 받고, 지도부가 호의적이지 않을 경우에는 그들 스스로 작업장의 미래를 고민하는 위원회를 만들고, 주요 제조업의 폐업에 직면한 다른 도시에서도 공장 점거와 국유화 및 시설 전환에 대해 논의하는 모임을 진행해야 한다.

 

캐나다 노동회의(The Canadian Labour Congress, 캐나다 노조 대부분이 가입한 내셔널센터 – 옮긴이)는 자체 연구를 통해 그러한 정책을 지원하고 조직해야 하며, 또한 더욱 주도적으로 환경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공장이 폐쇄되거나 폐쇄가 임박해 보일 때, 이에 개입할 권한과 재정 및 기술 자원을 가진 ‘전국적인 시설 전환 기구(National Conversion Agency)’ 요구 운동이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앨버타 노동조합(Alberta Federation of Labour, 캐나다 앨버타 주의 노동조합 연맹 – 옮긴이)이 불가피한 석유로부터의 에너지 전환과정을 어떻게 경제적·사회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인지 논의하기 시작한 것처럼, 각 주의 노동조합들은 그들 지역 고유의 환경적 특성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앨버타 주는 캐나다의 주요한 석유 산출지이며 석유화학공업이 주요 산업이다. – 옮긴이)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수백 명의 젊은 기술자들이 일하는 지역 환경기술 센터(local tech-enviro centers) 설립을 요구하는 운동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런 센터들은 지역 차원의 전환과 개발의 대안들을 제시하는 것 외에도, 우리가 어떤 상황에 직면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지역사회에 확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민간부문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사실은 환경의 압박이 우리가 어떻게 살고, 일하고, 여행하고, 여가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모든 것의 전환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거대하고 전례 없는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전환에 육박하는) 프로젝트는 제대로 실행된다면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완전한(regular)’ 수요와 환경 복원의 요구를 충족하는 노동자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도 있다.

 

공공부문의 경우, 선진국에서 환경적 한계로 인해 개인 소비를 제한해야 한다는 인식이 증대됨에 따라 집합적 소비(주거, 사회적 편의시설, 여가공급 등을 가리키는 사회학 용어 – 옮긴이)가 더 많이 강조되게 된다. 우리는 ‘풍요’의 의미를 시급히 재정의하고, 우리의 시간․여가․사회서비스(건강, 교육)․공공재(대중교통, 도서관)․공공 공간(스포츠, 음악, 예술, 공원)을 되찾는 것 ― 즉, 공공부문과 공공부문 일자리의 확대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할 시점에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주의자들이 해야 하는 과제의 진짜 규모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반자본주의 요구로부터 민주적 계획과 그 귀결로서 기업 재산권에 대한 근본적 도전을 요구하는 공격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세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대중이 환경적 요구와 자본주의 극복 모두의 편에 서도록 해야 한다. 이는 ‘오샤와 녹색 일자리’가 시도했던 것처럼, 오직 다가올 세계를 그려나가는 민주적 계획과 전환이라는 더 큰 의제에 노동자들을 연결하는 목적을 가지고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요컨대, 이 문제는 단순히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을 함께 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제한된 부분보다 그 합계가 더 크려면 양쪽 모두가 변화해야 한다. 환경운동은 노동자계급을 확고하게 끌어들임으로써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서야 하고, 노동운동은 그 존재론적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환경위기의 위협과 기회는 노동에 부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조직화, 투쟁, 급진 정치, 위기를 인식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참여를 극대화시킬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일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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