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제공하는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이진영 대표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과 ‘자본론’,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와 ‘국가와 혁명’, 프레이리의 ‘페다고지’, 카의 ‘러시아 혁명’ 등을 스캔하여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제공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심지어 철도노조 조합원으로서 민영화 저지 전면파업이 필요하다 주장한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 글도 이적표현물로 지적했다.
위의 책들을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제공하면 합법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책>에서 제공하면 압수수색도 하고 구속영장도 발부할 수 있는 법이 국가보안법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악법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정치사상과 정치활동의 자유를 억압하고 저항운동이 자라나는 것을 가로막기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예외 없이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휘둘렀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건 이 사건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거대한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지금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마치 우리가 요구하는 민주주의의 한계선을 그으려는 듯하다. 하지만 <노동자의 책>이 보급해온 책들은 오히려 ‘인민의 통치’인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불평등이 극심한데도 정부는 가진 자들만을 대변하는 원인을 설명하는 책이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러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 평범한 노동자와 농민들이 직접 이 사회를 운영하며 억압의 고리를 끊으려 했던 역사를 다루는 책이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오히려 민주주의에 반대되는 건 국가보안법이다. 공안기관이다. 끝까지 공안통치의 끈을 놓지 않는 박근혜정권이다. 저들이 그어놓은 한계선을 넘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공안기관을 해체하고, 공안통치를 뿌리 뽑아 역사 속으로 보내버리길 염원한다.

2017.1.10.
불온한 책다방 들락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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