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박근혜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는 작년 12월 28일 일제시대 조선인 ‘위안부’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서는 일제가 저지른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위안부’ 여성들의 문제임에도 당사자들의 의견도 묻지 않은 채 타결되었다. 일본 정부가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조선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가 성노예로 전락시킨 일본 정부의 심각한 범죄 행위를 ‘도의적 사과’와 ‘100억 지원’으로 맞바꾼 것이다.

장면 2. 2015년 4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의 피해자인 응우옌티탄(여·55), 응우옌떤런(남·64)씨가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정부가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실을 인정하고 억울한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덜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쟁이 끝난 직후 베트남 정부에서 발행한 『남베트남에서 남한 군대의 죄악』에 의하면 5,000여 명의 베트남 민간인들이 죽거나 다쳤다고 한다. 또한 2000년에 발표된 국내 논문은 80여 건의 민간인 학살과 9,00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보고했다.

 

“일본의 역사 인식을 이야기하든,
미군의 노근리 민간인 학살 사건을 이야기하든
모든 문제는 베트남에서의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 모든 사건에 우리는 피해자이며
동시에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_『베트남 전쟁 :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박태균 지음, 한겨레출판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최근 베트남 방영을 앞두고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다. “누가 한국이나 중국의 방송에서 일본군을 찬양하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을 생각이나 하겠는가”라고 꼬집은 베트남 기자의 페이스북글은 한국군이 과거 자행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베트남 민중들의 아픔과 상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식민지 시대 일본 정부의 범죄 행위에 분노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이라면 한국 정부의 베트남전 파병으로 인한 전쟁 범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작년 4월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빨갱이를 때려잡고 외화를 벌어 왔던 전쟁으로 기억되고, 어떤 이에게는 외국의 군대가 쳐들어와 자국민을 학살한 끔찍한 내전으로 기억되는 베트남 전쟁. 우리 사회는 이 전쟁에서 발생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모르거나 애써 모른 체하고 있다.
수백 년간 외세의 지배를 받다가 기어이 독립하고 다시 남북으로 갈라진 베트남에서 벌어진 전쟁을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시선으로 살펴야 하지 않을까? 이는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서 총알받이와 강제 노동으로 고통받은 조선 민중과 성노예로 끌려가 피해를 겪었던 ‘위안부’ 여성들의 끔찍한 기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함께 보면 좋은 소설
『무기의 그늘』, 황석영 지음,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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